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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플랙트 이사회 DX 실세로 채웠다
송고일 : 2026-03-10
플랙트 그룹 이사회 멤버(좌측부터 임성택 부사장, 심재현 부사장, 윤준오 부사장) / 플랙트 그룹 홈페이지
[투데이에너지 임자성 기자] 삼성전자가 2조 4000억 원을 투입해 인수한 독일 플랙트그룹(FläktGroup)의 이사회를 DX(Device eXperience) 부문 핵심 실세들로 재편하며 본격적인 경영 통합과 신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단순 자회사 관리를 넘어 삼성의 IT·AI 역량을 이식해 글로벌 B2B 공조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100년 역사의 유럽 공조 강자 품은 삼성
독일에 본사를 둔 플랙트그룹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 최대 공조 기기 전문 업체다. 대형 빌딩과 병원은 물론, 고도의 열 관리가 요구되는 데이터센터용 정밀 냉각 솔루션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5년 11월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으로부터 지분 100%를 인수하며,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9년 만에 최대 규모의 M&A를 마무리했다.
이사회 재편이 던지는 메시지
인수 직후와 현재의 이사회 구성을 비교하면 삼성의 전략 변화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인수 초기에는 원만한 통합(PMI)과 리스크 점검을 위해 재무와 법무 중심의 관리형 인력이 배치됐으나, 인수 후 맞이한 첫 정기 인사를 기점으로 실무 부사장급 임원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특히 삼성 M&A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사례인 하만의 통합을 직접 이끈 윤준오 부사장이 이사회에 합류한 것은 상징적이다. 이는 플랙트그룹을 단순 자회사가 아닌 삼성 DX 부문의 미래 핵심 성장 축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여기에 가전 전략마케팅을 총괄하는 김철기 부사장과 에어솔루션 전문가 임성택 부사장이 가세했다. 이들은 본사의 핵심 보직을 유지하면서도 플랙트 이사회 멤버를 겸직하며 삼성의 AI 플랫폼 ‘스마트싱스’와 플랙트의 하드웨어를 결합하는 기술 시너지 창출을 현장에서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유기적 성장’ vs ‘비유기적 점프’
삼성전자의 이번 행보는 경쟁사 LG전자와는 확연히 다른 성장 경로를 보여준다. LG전자가 자체 칠러 기술력을 기반으로 핵심 거점에 생산 기지를 직접 구축하며 완만한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을 추구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대형 M&A를 통한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 전략으로 단숨에 글로벌 선두권과의 격차를 좁히는 방식을 택했다.
LG전자가 가전 사업에서 축적한 공조 노하우를 B2B 영역으로 확장하는 ‘가전 DNA 전이’ 전략에 집중한다면, 삼성전자는 플랙트의 강력한 유럽 영업망과 원천 기술에 삼성의 IT 역량을 결합하는 ‘이종 산업 간 융합’ 전략으로 62조 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하만의 성공 방정식 이식해 AI 인프라 기업 도약
결론적으로 삼성전자는 하만에서 검증된 통합 DNA를 플랙트그룹에 이식함으로써 글로벌 공조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확보하고, AI 시대를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번 이사회 개편은 삼성이 공조 사업을 단순 가전의 연장이 아닌 차세대 B2B 핵심 성장 동력으로 격상시켰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다. 향후 플랙트그룹이 삼성의 AI 인프라 전략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용어 설명]
DX(Device eXperience) 부문= 삼성전자의 사업 구조 중 가전(DA), 모바일(MX), TV(VD) 등 완제품 사업을 하나로 통합한 부문
PMI(Post-Merger Integration)= 기업 인수 합병 후 두 회사의 조직, 문화, 시스템 등을 하나로 합쳐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통합 관리 과정
스마트싱스(SmartThings)=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IoT) 통합 플랫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