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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상반기 풍력 FiT 입찰, 공급망 유연화로 진정한 경쟁 묻다
송고일 : 2026-03-11
풍백 육상풍력 발전단지 전경./한국서부발전 제공
[투데이에너지 장재진 기자] 한국에너지공단이 3월 중 실시 예정이라고 밝힌 2026년 상반기 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은 표면적으로는 ‘참여 기회 확대와 발전단가 인하’라는 두 마리 토끼를 겨냥하고 있다.
이번 제도 개선의 핵심은 사업자가 입찰 시 기재한 기자재 대신 동급 이상의 장비로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공급망 선택 폭을 넓힌 점이다. 이는 공급자 중심으로 굳어졌던 기존 구조를 완화해 사업자의 협상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발전단가 하락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
업계에 따르면, 제도의 의도와 현장 효과는 면밀히 구분해야 한다. 공급망 변경 허용은 분명 시장경쟁을 촉진할 수 있으나, 동급성 판단 기준과 변경 절차가 모호하면 오히려 분쟁과 지연의 소지가 크다. 특히 해상풍력처럼 기술적 복잡성과 계통접속 문제가 얽힌 분야에서는 기자재 변경이 계통영향·안전성·유지보수 계획에 미치는 파급을 사전 검증할 수 있는 체계적 심사장치가 병행돼야 한다. 파일럿 규정만으로는 실효성 있는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평가체계의 완화도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 받는다. 1차 비계량 평가에서 용량 제한을 제거해 보다 많은 사업자가 2차 계량평가 기회를 갖게 된 것은 ‘가격 경쟁’에 문턱을 낮춘 조치다. 이는 저가격 전략을 가진 사업자에게 공정한 기회를 부여할 수 있으나, 동시에 기술적·환경적 검증이 충분치 않은 사업이 다음 단계로 진입함으로써 향후 준공 지연과 사업 실패로 귀결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우대가격 정책과 외산 기자재에 대한 태도 변화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공공 트랙과 R&D 터빈에 대한 우대는 유지될 전망이나 R&D 터빈 인센티브의 구체성은 불확실하다. 외산 기자재 사용에 대해서도 국내 생산 요건과 적정 가격을 만족하면 선정 가능하다는 설명은 수입 장비를 사용한 사업자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긍정적 신호다. 다만 우대 조건의 불확실성은 사업자의 의사결정에 혼선을 줄 수 있으며, 특히 R&D 실증 터빈과 관련된 ‘우대의 1회성 원칙’은 특정 사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 .
무엇보다 관건은 계통접속과 금융·지역수용성 문제다. 제도가 가격 경쟁을 유도해도 접속 가능성이 낮고 지역 주민의 반대에 직면한 사업은 결국 비용과 시간을 소모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와 한전 등 계통운영자가 입찰과 병행해 접속 여건·비용 부담의 투명한 기준을 제시하고, 주민수용성을 높일 구체적 인센티브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한 입찰 탈락자에 대한 컨설팅 강화와 하반기 재참여 허용 등 재도전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은 긍정적이지만, 실질적 개선을 끌어내려면 탈락 사유 공개와 표준화된 피드백 체계가 필수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결국 이번 입찰변경은 ‘더 많은 경쟁’을 만드는 장치다. 다만 경쟁의 축이 단순히 가격으로만 흐를 때 발생하는 부작용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억제할 것인지가 향후 성패를 가를 것이다. 발전단가 인하와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목표는 중요하지만, 그것이 계통·환경·지역·금융 측면의 균형을 해치면서 달성된다면 장기적 지속가능성은 담보되지 않는다.
정책 제안 한 가지를 덧붙이면, 공급망 유연화와 병행해 ‘기자재 변경 트래킹 시스템’과 변경 승인 시 요구되는 기술·안전성 검증 항목을 표준화해 입찰 공고에 명시하는 것이다. 이는 사업자의 유연성을 보장하면서도 계통·안전 리스크를 사전에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번 설명회가 제시한 변화는 산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진일보로 평가되나,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변경 허용의 기준·절차, 계통접속 투명성, 우대정책의 명료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정한 경쟁’이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불확실성만 증폭시킬 우려가 크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