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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제언]가스안전공사, 조직 확대냐 VS 구조 개편이냐
송고일 : 2026-03-20
▲ 김주회 대학원 교수/안전공학박사[에너지신문] 가스안전은 국민 생명과 직결된 국가 핵심 안전 정책이다. 단 한 번의 사고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제대로 된 방식으로 안전을 관리하고 있는가. 여기서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일본은 200명 VS 우리는 1700명’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인력은 약 1700명 수준이다. 지난 수십 년간 조직은 꾸준히 확대되었고, 최근 몇 년 사이에도 대폭 증가했다. 그러나 인력 증가가 곧 안전 수준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안전관리의 핵심은 행정이 아니라 현장이다. 위험 요소를 점검하고 통제하는 것은 기술이며, 이는 현장에서 작동할 때 의미가 있다. 하지만 현재 구조는 행정 중심 조직 확대에 머물러 있다.
반면 일본은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가스안전 관련 공공조직을 약 200명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검사와 기술 기능은 민간 공인기관으로 이관했다. 공공은 정책과 기준에 집중하고, 현장은 전문기관이 담당하는 구조다.
결국 차이는 인력 규모가 아니라 ‘운영 구조’다. 우리는 조직을 키웠고, 일본은 시스템을 바꿨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지속적인 조직 확대 외에 답이 없다. 그러나 그것이 안전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이제는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공공기관은 정책과 감독에 집중하고, 현장 기술은 전문기관이 담당하는 구조로 재편해야 한다. 안전은 규모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구조로 만드는 것이다.
검사는 공기업이 아니라 전문기관이 한다
가스안전관리의 핵심은 검사다. 시설과 설비가 안전 기준에 맞는지를 확인하는 이 과정은 행정이 아니라 기술이다.
그렇다면 물어야 한다. 왜 이 기술 업무를 공공기관이 직접 수행해야 하는가. 검사는 전문성의 영역이다. 기술 인력과 장비, 현장 경험을 갖춘 전문기관이 수행할 때 정확성과 효율성이 높아진다. 이미 국내에서도 일부 분야는 민간 수행이 가능하다.
문제는 제도다. 공공기관 중심 구조가 유지되면서 민간 검사기관이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지 못했다.
선진국은 다르다. 공공은 기준을 만들고, 민간 공인기관이 검사를 수행한다. 이 구조는 경쟁을 유도하고 기술 수준을 끌어올린다. 동시에 검사 효율성을 높이고 공공기관의 비대화를 억제한다. 여기에 더 중요한 효과가 있다. 고용이다. 검사 기능이 민간으로 이관되면 기술 인력 수요가 시장에서 발생한다. 이는 단순한 일자리 증가가 아니라, 현장 중심의 전문 기술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일본은 이 과정을 이미 경험했다. 공공기관에 있던 기술 인력은 민간 검사기관으로 이동했고, 그 결과 관련 산업 생태계가 형성됐다. 결론은 분명하다. 공공 독점 구조는 효율도, 기술도, 고용도 만들지 못한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공공은 정책을, 민간은 기술을 담당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그것이 안전과 경제를 동시에 살리는 길이다.
조직을 줄이면 안전이 약해질까?
일본은 오히려 사고를 줄였다. 조직을 줄이면 안전이 약해진다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일본은 1980년대 약 3500명 규모의 가스안전 조직을 운영했다. 이후 과감한 개편을 통해 검사와 기술 업무를 민간으로 이관했고, 공공조직은 약 200명 수준으로 축소됐다. 그 결과는 분명하다. 안전은 약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가스 사고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행정 중심 구조가 현장 기술 중심 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할 점은 인력의 이동이다. 줄어든 것이 아니라 재배치됐다. 공공기관의 기술 인력은 민간 공인검사기관으로 이동했고, 그 결과 기술 전문성은 더욱 강화됐다.
즉, 조직 축소는 위험이 아니라 기회였다. 기술을 행정에서 현장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이었다. 반면 우리는 여전히 조직 확대에 의존하고 있다. 기능은 내부에 묶여 있고, 민간 기술 생태계는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 구조를 유지한다면 안전도, 효율도, 일자리도 모두 놓치게 된다. 이제는 결단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은 정책과 감독에 집중하고, 민간은 기술과 현장을 담당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안전을 강화하는 길은 이미 나와 있다. 문제는 선택이다.
출처 : 에너지신문(https://www.energ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