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뉴스
에너지·가스 업계 소식과 사고 사례
-
공기열 히트펌프 재생에너지 인정 논란 확산
송고일 : 2026-03-20
[투데이에너지 신일영 기자] 공기열의 재생에너지 인정 및 보급 지원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면서 향후 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안)’에서 건물부문 탈탄소 방안으로 ‘히트펌프 보급 가속화’를 명시한 바 있다. 앞서 같은 해 3월에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으며, 공기열을 재생에너지에 추가 인정해 히트펌프 보급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입법조사처는 이에 대해 IEA, IPCC의 공기열 재생에너지 미인정, 동절기 효율 저하 등 국내 여건을 반영한 검토보고서를 내놓으며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는 법률안 처리가 지연되자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 3월 5일 국무회의를 통과시켰다. 아울러 1600가구를 대상으로 가구당 560만원의 보조금 지급을 위한 예산도 반영했다.
해당 법률안은 현재 국회 소위에 계류 중이다.
이번 논란에서 핵심쟁점은 △공기열 히트펌프의 재생에너지 인정 필요성 여부와 △보급 확대 위한 보조금 지급의 형평성 및 합리성 문제 여부다. IEA와 IPCC 등 주요 국제기구에서는 공기열을 재생에너지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동절기에는 히트펌프의 성능 저하로 인해 탄소배출량이 가스보일러보다 많아 이를 재생에너지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타 에너지원 소비자와의 지원 형평성도 문제다. 도시가스 사용자는 가스사용을 위한 옥내 배관 등 설비투자비를 본인이 부담하고 있다. 소득에 대한 구분 없는 일괄적인 보조금 지급은 고소득층에도 동일 혜택을 줘서 불공정 분배 및 재정낭비의 소지도 있다.
한국가스공사가 배포한 자료에 의하면, 공기열 히트펌프는 가정용 도시가스 보일러 대비 약 7배 수준의 초기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가스 보일러의 경우 100만~200만원 수준의 설비비가 필요한 반면, 히트펌프는 설치비 800만~900만원에 축열조 설치비 300만~600만원을 포함하면 총 1100만~1500만원에 이른다.
설치 여건도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히트펌프는 열교환기 설치를 위해 약 1평 규모의 별도 공간이 필요하며, 축열조까지 고려할 경우 추가 면적이 요구된다.
반면 가스보일러는 별도의 설치 공간이 필요하지 않아, 기존 공동주택에 히트펌프를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다.
높은 운영비도 부담이다. 공기열 히트펌프는 전기에너지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구조로 총 전력 사용량이 증가하며, 누진제 적용에 따라 전기요금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12월 기준 전기요금이 약 110%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가스보일러는 연료인 가스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전기요금과 달리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특히 동절기 성능 저하는 핵심 한계로 지목된다. 우리나라와 같이 겨울철 기온이 낮은 환경에서는 히트펌프의 작동 불량 및 효율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영하 10℃ 이하에서는 작동이 멈출 가능성이 있으며, 외기 온도 0℃ 이하에서는 가스보일러 대비 에너지 소비와 탄소배출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료출처/한국도시가스
외기 온도에 따른 성능을 보면, 성능계수(COP) 2.0 기준 영하 7℃에서는 탄소배출량이 125% 수준까지 증가하며, COP 2.2(-5℃)에서는 113.6%로 나타났다. 0℃에서는 COP 2.5 기준 가스보일러와 유사한 수준을 보이지만, 기온이 상승할수록 효율이 개선돼 COP 3.5(15℃)에서는 71.5% 수준으로 낮아진다.
이는 열수요가 집중되는 동절기 야간에 외기 온도가 가장 낮게 형성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히트펌프가 필요한 열수요를 충분히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서울의 동절기 평균기온은 2024년 12월 0.8℃, 2025년 1월 –0.4℃, 2월 –1.2℃로 나타났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부담은 적지 않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세계 히트펌프 시장 및 정책 동향과 국내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가스보일러와 공기열 히트펌프의 열 단위당 평균 열 생산비용인 균등화열생산비용(LCOH)을 비교한 결과 히트펌프의 비용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해당 분석은 초기투자비, 연료비, 운영유지비를 포함해 산정됐으며, 가스보일러의 내구연한 10년, 히트펌프 15년, 할인률 4.5%, 히트펌프 초기비용 850만원(축열조 제외) 등의 조건을 적용했다.
분석 결과 공기열 히트펌프의 LCOH는 가스보일러 대비 50% 이상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성능계수를 높게 가정한 경우에도 비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됐다. 극단적으로 성능계수 10.0을 적용하더라도 LCOH는 46.59원/MJ로, 가스보일러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도시업계는 공기열 히트펌프의 재생에너지 인정과 보급 확대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도시가스 업계 한 관계자는 “동절기 효율 저하와 비용 부담, 보조금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충분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며 “국내 기후 여건을 반영한 균형 있는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