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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재생에너지 확대 ‘액화공기에너지저장(LAES)’ 기술 뜬다
송고일 : 2026-01-28
히로시마 가스의 LNG 터미널 부지 내에 구축된 스미토모중공업의 ‘하츠카이치 LAES 발전소’ 전경./스미토모중공업 제공
[투데이에너지 이종수 기자]
정부가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대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2030년까지 100GW 목표로 재생에너지 대폭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출력 변동성이 커 전력 계통의 주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대규모 에너지 저장 수단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서 대용량·장주기 에너지 저장 수단으로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술은 사실상 양수발전이 유일하다.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는 단주기 저장에는 효과적이지만 대규모 확장성, 자원 의존성,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 등의 측면에서 한계가 많다.
‘액화 공기 에너지 저장 기술(LAES)’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최초로 LAES 발전소의 상업 운전을 시작한 일본 스미토모중공업의 김형준 지사장을 만나 일문일답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들었다. /편집자주
액화 공기 에너지 저장(LAES) 기술을 소개해달라.
액화 공기 에너지 저장(Liquid Air Energy Storage, LAES) 기술은 재생에너지 잉여 전기를 이용해 공기를 극저온으로 냉각해 액체 상태로 저장한 뒤 필요시 이를 다시 고압 기체로 전환해 전력을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이 과정은 주변공기를 흡입해 필터링을 거쳐 압축하고, 영하의 온도에서 공기가 액화될 때까지 냉각하는 단계로 시작된다. 이러한 변환 과정에서 약 700리터의 공기는 1리터의 액체공기로 농축된다. 액체공기는 저압의 단열 저장탱크에 보관되며, 각 탱크는 수십MWh 규모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전력이 필요해지면 저장된 액체공기는 액화 과정에서 회수된 잉여열을 활용해다시 가열되어 고압 기체로 팽창하며 터빈을 구동해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액화공기에너지저장기술 개요도./스미토모중공업 제공
또한 재기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냉열(cold energy)은 다시 액화 단계에 재활용됨으로써 전체 공정의 효율을 향상하고, 공기만을 사용해 배출가스나 폐기물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높은 효율성과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한 기술로 평가된다. 30년 수명 후 시스템 전체의 재활용도 가능하다. 유해 화학물질이나 가연성 물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화재, 폭발, 유해 물질 누출 등의 안전성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LAES 플랜트는 50MW급 이상의 방전 용량과 8시간 이상의 저장 시간을 기본으로 하며, 확장이 용이해 경제성도 높다.
지역난방 열원 제공, 고압 공정용 스팀 백업, LNG 인수기지의 냉열 활용을 통한 왕복 효율 개선이나 설비 투자비 절감 등의 부가적인 기능도 가능하다.
LAES의 도입 필요성과 기대효과는.
LAES는 기본적으로 에너지 저장 및 재생에너지의 비중 확대에 따른 출력제한 문제를 완화하는 기능 이외에도 전력시장 및 계통 운영 전반에 다양한 편익을 제공할 수 있다.
먼저 재생에너지 출력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높은 시기에 충전함으로써 경제적 출력제한 필요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반대로 재생에너지 발전이 낮은 시기에는 장기간 방전을 통해 계통에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설치된 재생에너지 자원의 활용도를 극대화한다.
송전망 혼잡을 완화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송전망의 여러 노드에서 혼잡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LAES는 이러한 노드의 혼잡을 완화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LAES 설치 시 가장 높은 혼잡의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특정 송전 노드를 식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전설비 투자 지연 효과도 기대된다. 전력계통의 특정 지점에 LAES를 설치하면 비용이 큰 송전설비 증설 투자를 일정 기간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높지만 지역 내 전력수요가 충분하지 않아 생산된 전력이 외부로 대량 송전되어야 하는 지역에서 특히 중요하다.
LAES는 방전 단계에서 동기식 발전기(synchronous generator)를 활용하기 때문에 계통 관성(rotational inertia), 무효전력(reactive power), 전압 안정도(voltage support) 등의 계통 안정성 확보에 필요한 핵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전기를 생산하는 방전 단계 외에도 전력계통의 안정성 강화를 위한 보조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전기 출력이 요구되지 않는 시간대에는 터빈과 발전기를 기계적으로 분리(decoupling)한 후 외부 기동 전력을 활용해 발전기를 무부하 상태로 운전함으로써 동기조상기와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운전 방식은 유효전력의 출력 없이도 계통에 동기 관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무효전력 공급 및 흡수 기능을 통해 계통 전압 유지에 기여하고, 발전기의 단락용량(short-circuit capacity)을 활용해 계통의 고장 시 안정성을 제고하는 효과를 가진다.
해외 LAES 기술 개발과 사업화 추진 현황은.
스미토모중공업(SHI)은 2025년 12월 히로시마 가스의 LNG 터미널 부지 내에 출력 5MW, 저장용량 20MWh(4시간) 규모의 하츠카이치(Hatsukaichi) 액화 공기 에너지 저장(LAES) 실증 플랜트(LAES 발전소)를 구축했다. 일본 전력시장을 대상으로 한 실제 상업 운전을 전제로 설계되었다. 도매 전력시장에서는 최소 운전 출력 2MW로 참여하고, 수급 조정 시장에서는 3MW, 용량 시장에서는 5MW 규모로 참여하고 있다.
위에서 내려다본 ‘하츠카이치 LAES 발전소’ 설비 구성./스미토모중공업 제공
SHI는 이번 상업 규모 실증 플랜트를 통해 LAES 플랜트의 설계·제작·건설 전 과정에 걸쳐 일본의 관련 법령 및 기술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음을 실증함으로써 제도적·기술적 적합성을 명확히 검증할 것이다.
아울러 전력계통과의 연계 운전과 실제 전력시장 참여를 통해 장주기 에너지저장 설비로서의 운전 안정성과 시장 대응 능력을 종합적으로 확인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외부 냉열원의 활용을 통한 공정 효율 개선과 에너지 절감 효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함으로써 LAES 시스템의 성능 고도화 가능성도 검증한다.
또한 SHI의 기술 파트너인 하이뷰(Highview)는 현재 영국 맨체스터 외곽의 캐링턴(Carrington) 지역에서 첫 번째 상업용 LAES 플랜트를 건설 중이다. 이 설비는 50MW 300MWh 규모로, 단계적으로 시장에 도입될 예정이다. 1단계인‘Stability Island’는 2026년 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단계 전체 LAES 플랜트는 2027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하이뷰는 최근 영국의 장주기 에너지 저장용 ‘캡 앤드 플로어(cap-and-floor)’ 제도의 1차 심사를 통과했고, 총 6.4GWh 저장용량을 보유한 2개 프로젝트를 추가로 추진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들은 2030년대 초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호주, 인도, 캐나다, 미국 및 유럽 일부 국가에서도 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캐나다 온타리오의 전력계통 운영 기관인IESO(Independent Electricity System Operator)는 장주기 에너지 저장 설비 도입을 위한 RFP 발행을 계획하고 있고, 그중 LAES 기술이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히로시마가스와 함께 ‘하츠카이치 LAES 발전소’의 운전을 시작한 배경은.
히로시마 가스가 투자에 참여한 카이타 바이오매스 발전소(Kaita Biomass Power) 사업을 통해 구축된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에너지 분야 전반에 걸친 정보 교류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과정의 일환으로 LAES 발전소 프로젝트에 대한 검토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히로시마 가스는 LAES에서 회수되는 열에너지를 LNG 기화 공정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대로 스미토모중공업은 LNG 플랜트에서 발생하는 냉열을 공기 액화 공정의 냉각원으로 활용함으로써 양 사 간에는 에너지의 상호 활용에 기반한 상생적 협력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이와 같은 LNG 냉열의 공정 내 활용은 LAES 시스템의 에너지 손실을 저감하고 공정 효율을 향상하는 데 기여한다. 이를 통해 전체 공정 효율이 약 5~15% 수준까지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형준 스미토모중공업 SHI / FW 지사장./투데이에너지 이종수 기자
하츠카이치 LAES 발전소 운영 현황과 시장 반응은.
2025년 12월 1일 상업 운전 개시 이후 정격 송전 용량인 4.99MW × 4시간 조건에서의 정상 운전을 확인함으로써 설계 단계에서 의도한 성능과 운전 특성이 실제 시스템에서도 충실히 구현됨을 실증했다.
현재 설비는 용량 시장의 유효성 평가 시험에 따른 기동 지시를 기다리는 운전 상태에 있다. 향후 도매 전력시장, 용량 시장, 수요 반응(DR) 시장에서의 실제 거래를 통해 LAES 사업 모델의 경제성과 운전 적합성을 단계적으로 검증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상업 운전 개시 이후 국내외에서 다수의 문의와 강연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장주기 에너지 저장 기술과 이번 실증 사업에 대한 사회적·산업적 관심이 뚜렷하게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스미토모중공업의 LAES 시스템 공급 확대 전략과 향후 계획은.
일본 시장에서는 주요 전력회사와 대규모 풍력 및 태양광 발전사업자를 중심으로 사업 전개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에는 설비 구축 비용을 보전할 수 있는 제도로 장기 탈탄소 전원 용량 경매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이는 장주기 에너지 저장 설비의 사업성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제도 하에서 LAES는 리튬이온배터리와는 별도의 제도적 틀과 평가 기준에따라 운영된다. 이에 따라 배터리저장설비와의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놓이지 않는다. 오히려 경쟁 구도는 다른 장주기 에너지 저장(LDES) 기술이나 양수발전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는 기술적 특성과 제공이 가능한 계통 서비스의 차이에 기반한 구조적 경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해외 시장으로의 사업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하이뷰(Highview)가 영국에서 개발 중인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는 엔지니어링 및 주요 설비 공급업체로서의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과 영국 외 지역 가운데서는 장주기 에너지 저장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제도 정비가 본격적으로 진전되고 있는 호주와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Highview와 SHI는 경쟁 구도가 아닌 상호 보완적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시장별 역할과 기능 분담을 명확히 함으로써 효율적인 사업 전개를 도모할 계획이다.
한국의 전력시장 관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8년 신재생에너지 정격 용량은125.9GW로 전망되고,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장주기 에너지 저장 설비의 필요량은 23GW로 도출되었다.
현재까지는 공공 주도로 양수발전과 BESS의 설치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향후 신규로 선정되는 ESS 사업자의 참여가 예상된다.
에너지 전환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만능 해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 옵션이 복합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그중 LAES는 장주기 저장 역량과 더불어 필수적인 계통 안정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LAES는 재생에너지와 결합할 때 재생 전력을 완전한 가동이 가능한 전원으로 전환시켜 화석연료 없이도 기존의 전통적 발전소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향후 단주기 응답, 주파수 조정과 같은 서비스에는 리튬이온배터리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점을 우리는 인정하고 있다. 두 기술은 경쟁이 아닌 보완적 관계이며, 각각이 전력 시스템의 상이한 시간 축과 안정성 요구를 충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
또한 LAES는 리튬이온배터리와의 하이브리드 구성으로도 적용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시스템의 응답성과 운전 유연성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LAES 시스템에 통합된 열저장 기능을 활용하는 경우 회수된 열원을 지역냉난방에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도 있다.
특히 지역난방 시스템 보급률이 높은 한국의 에너지 환경을 고려할 때 이러한 열 활용 방안은 실질적인 적용 가능성을 지닌다. 일반적으로 열에너지를 추가로 활용하는 경우 LAES의 전체 효율을 제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출처 : 가스신문(https://www.gas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