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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중동발 위기, ‘실전 대응력’ 점검하다
송고일 : 2026-03-16
▲ 한국석유공사 여수비축기지에 2023년 3월 21일 UAE 아부다비 국영석유사(ADNOC)의 원유 200만 배럴이 입고되는 모습.[에너지신문] 정부가 국제에너지기구(IEA)와의 공조 속 약 2246만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끝날 듯 끝나지 않고 국제유가를 계속해 출렁이게 하자 한국을 포함한 IEA 전체 회원국이 결단한 셈이다. 특히, 이번 전략비축유 방출 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 석유공사, 위기 때마다 비축유 방출로 ‘유가 급등 완충장치’ 수행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IEA는 지난 11일(현지시간) 긴급 이사회를 열고 총 4억배럴 규모의 비축유 방출 공동 행동을 결의했다. 정부는 전체 방출량의 5.6%에 해당하는 약 2246만배럴을 방출하기로 했는데, 이는 IEA 32개 회원국의 전체 석유 소비량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소비량이 비례해 산정됐다.이번 전략비축유 방출은 지난 다섯 차례 이뤄진 전략비축유 방출 평균인 약 517배럴을 훨씬 웃돌아 역대 최대 규모로 이뤄질 예정이다. 앞서 석유공사는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1165만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한 바 있다. 이로부터 약 4년만에 대규모 방출에 나선 셈이다.
이번 방출은 미국·이란 전쟁으로 줄어든 원유 공급을 늘림으로써 급등한 국제유가를 안정시키고, 국내유가 또한 끌어내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달 7일 기준 국내 휘발유 가격은 지난 2월 28일 이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공습 이후 약 11.6% 상승했다. 경유의 경우 같은 기간 19.6% 올랐다.
과거에도 석유공사는 국제적인 수급 차질 국면마다 전략비축유를 방출, 국내 정유업계의 원료 수급을 지원하고 물가 불안을 잠재우는 데 기여해 왔다. 1991년 걸프전(464만배럴),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292만배럴), 2011년 리비아 사태(347만배럴), 2022년 글로벌 고유가 대응·협력(320만배럴) 당시가 대표적이다.
◆ 국제공동비축 우선구매권 행사·해외생산원유 도입도 검토
정부는 과거 두 차례의 오일쇼크(석유파동) 이후 석유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1979년 석유공사를 설립했다. 이후 정부는 석유공사를 통해 국내외 석유자원개발을 실시함은 물론, 전국 9개 석유비축기지를 마련해 비축유를 확보, 저장해왔다.이에 따라 석유공사가 국내 9개 비축기지에 저장하고 있는 전략비축유는 약 1억배럴 규모다. 이는 외부 공급이 전면 중단돼도 국내에서 120일가량 소비할 수 있는 양이다. 여기에 민간 정유사의 비축 물량을 합할 경우 대한민국의 전체 비축일수는 200일을 상회한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요구하는 90일 기준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한국의 대응 능력이 우위에 있음을 시사한다. 단순히 양적인 팽창을 넘어, 비상시 즉각 투입할 수 있는 ‘실효적 물량’을 한국이 상시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에너지 안보의 핵심이 수치로 증명되는 셈이다.
특히 석유공사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국책 사업인 비축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국제 공동 비축사업’이라는 전략을 선택했다.
해외 산유국이나 글로벌 에너지 트레이더들의 원유를 우리 기지에 유치해 보관 수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유사시 해당 물량에 대한 우선구매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는 실제로 중동 분쟁이 격화될 때 우리 울타리에 이미 보관된 타국의 원유를 즉각 매입할 수 있다는 점은 물류 리스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이밖에도 석유공사가 베트남, 카자흐스탄, 아랍에미리트(UAE) 등 해외에서 생산 중인 원유 4000만배럴은 국내 원유수급 위기발생시 한국이 도입할 수 있는 예비 물량이다. 공사는 비상시 해외생산원유 반입계획을 수립하고 계획 고도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에너지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지만, 석유는 여전히 국가 경제의 기저를 지탱하는 핵심 에너지원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시화된 2026년 현재, 한국석유공사의 비축사업은 단순한 ‘재고관리’를 넘어 국가 경제의 회복 탄력성을 결정짓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이어지는 비축기지의 파이프라인. 그 끝에는 중동의 전운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가동되는 대한민국의 공장과 가정이 있다. 에너지 자립을 향한 석유공사의 전문성이 곧 대한민국의 안보다.

▲ 손주석 석유공사 사장(좌)이 이달 6일 울산석유비축기지 현장을 방문해 석유수급 위기상황에 대비한 비축유 방출 대비 태세를 점검하는 모습.
출처 : 에너지신문(https://www.energ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