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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에너지 전환, 전력계통 안정성의 현실적 과제
송고일 : 2026-03-16
임용훈 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공학부 교수
[투데이에너지] 우리 정부는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체계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약 100GW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보급한다는 목표 역시 이러한 정책 기조를 반영한 것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방향이다.
그러나 태양광과 풍력 중심의 전력 확대는 전력 계통 운영 측면에서 새로운 도전 과제를 동반한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출력 제한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그 결과 전력시장에서는 계통한계가격(SMP)가 ‘제로’ 수준까지 하락하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발전원의 구성과 전력시장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기존 발전원들의 역할과 시장 환경 역시 크게 달라지는 상황이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청정열 보급 확대 정책도 전력 계통 측면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 다. 공기열 히트펌프 보급 확대는 건물 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이지만, 대규모 보급이 이루어지는 경우 동절기 전력 피크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수송 부문의 전기차 보급 확대까지 본격화하는 경우 향후 20GW 이상 규모의 추가적인 전력 수요 변동성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 된다.
아울러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유치에 나서고 있는 반도체 산업단지와 대규모 데이터센터 역시 향후 전력 수요 구조를 근본적 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공정과 AI·클라우드 기반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상시로 요구하는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 산업이다.
이러한 전력 수요는 단순한 소비 증가를 넘어 안정적인 전력 품질과 지속적인 공급능력을 동시에 요구한다는 특징이 있다.
간헐성이 큰 재생에너지만으로 이러한 산업 기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현실적 으로 쉽지 않다.
결국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발전원 확대가 아니라 예상되는 산업 전력 수요의 특성까지 고려한 전력 시스템의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더욱 근본적인 고민일 것이다.
결국 재생에너지 확대, 열 수요의 전기화,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전력 계통의 안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더욱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석탄 발전의 단계적 퇴출이 추진되는 가운데 LNG 복합발전, 특히 열병합 발전 기반 집단에 너지 사업의 용량 시장 입찰 제한이 이어지면서 기존 석탄 열병합 발전의 연료전환이 지연되고 신규 지역 냉난방 사업 추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은 분산형 열·전력 공급 인프라의 확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LNG 복합발전이 장기적인 탄소 중립 에너지 시스템의 최종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고 전력 계통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결국 화석연료 기반 발전이라는 한계 역시 분명하기 때문이다.
최근 논의되는 SMR(소형모듈원전) 역시 기술적 완성도와 경제성, 그리고 지역 수용성 문제까지 고려할 때 단기간 내 전력 시스템의 핵심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단순한 확대나 축소가 아니라 전력 시스템 전체의 균형 있는 설계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 수요의 전기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계통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집단에너지 사업 역시 기존 사업모델에 안주하기보다는 수소 혼소, 저탄소 연료전환, 고효율 열병합 시스템 도입을 통한 청정열 공급 확대 등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적 전환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방향성은 분명하지만, 전력 계통의 안정성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정책적 설계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에너지 전환 과정 자체가 또 다른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찬반 논쟁이 아니라, 변화하는 에너지 시스템 전체를 바라보는 더욱 종합적인 접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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