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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대개편, 낮 요금 내리고 히트펌프 누진제 푼다
송고일 : 2026-03-16
전기요금 대개편, 낮 요금 내리고 히트펌프 누진제 푼다 / AI 이미지
[투데이에너지 임자성 기자]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산에 맞춰 전기요금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는 3월 13일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 개편안'을 공개했다. 낮 시간 요금을 낮추고 저녁 요금을 높이는 구조 변화가 핵심이지만, 히트펌프를 사용하는 가정에 누진제 예외 선택권을 부여한 것도 이번 개편의 중요한 축이다.
전력이 남아도는 낮, 요금 체계가 따라간다
전기요금 체계 개편의 배경에는 재생에너지 확산으로 인한 전력 공급 구조의 변화가 있다. 2023년 대비 2025년 출력제어(태양광 등 발전을 강제로 멈추는 조치) 횟수는 41배(2회→82회), 제어량은 365배(0.3GWh→109.4GWh)로 급증했다. 봄·가을 낮 시간대, 재생에너지가 쏟아내는 전력을 소비하지 못해 버려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 요금 체계는 대형 화력발전을 중심으로 설계된 탓에 낮 시간 요금이 높고 밤 요금이 낮아, 오히려 낮 소비를 억제하고 밤 소비를 유인하는 구조였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이 가격 신호를 현실에 맞게 뒤집었다.
산업용(을) 소비자(300kW 이상)를 기준으로 보면, 최고요금은 여름·겨울 -16.9원, 봄·가을 -13.2원(평균 -15.4원/kWh) 인하하고, 밤 시간 최저요금은 5.1원/kWh 인상한다. 여기에 출력제어가 가장 잦은 봄(3~5월)·가을(9~10월) 주말 및 공휴일 오전 11시~오후 2시에는 요금을 50% 할인해 낮 전력 소비를 적극 유도한다. 이와 함께 평일 전기요금 시간대 구분도 단순화해,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낮 시간대 요금이 중간요금으로 통일된다.
히트펌프 가구, 세 가지 요금 중 선택 가능
이번 개편에서 또 하나의 축은 주택용 히트펌프 요금 적용 기준의 변화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공식 브리핑에서 "가정용의 경우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로 인해 운전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이를 히트펌프 보급의 핵심 장벽으로 공식 인정하고 누진제 미적용을 포함한 전기요금 체계 마련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으로 지열 또는 공기열 히트펌프 인증 제품을 설치한 가구는 세 가지 요금제 중 하나를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첫째, 기존 주택용 누진 요금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이다. 자가 태양광이 함께 설치된 가구에는 이 방식이 유리할 수 있다. 실제로 정부는 약 3kW 태양광이 설치된 가정은 히트펌프를 도입해도 기존 누진 요금이 불리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둘째, 히트펌프 가동에 사용된 전력만 별도로 분리해 일반용 요금(누진제 미적용)을 적용받는 방식이다. 셋째, 현재 제주에서만 운영되던 주택용 계절·시간대별 요금제를 전국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확대하는 방식이다.
적용 대상도 넓어졌다. 기존에는 지열 히트펌프 설비에만 일반용 요금 적용이 가능했으나, 이번 개편으로 공기열 히트펌프까지 포함됐다. 변경된 요금 체계는 4월 1일부터 시행된다.
유럽 사례를 참조한 난방 전기화 전략
이번 정책은 단순한 요금 조정을 넘어 난방 전기화라는 중장기 에너지 전환 전략과 맞닿아 있다. 정부는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 방안에서 "EU·일본 등과 같이 공기열을 재생에너지 종류 중 하나로 포함하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한다"고 명시했으며, EU와 미국 등 주요국이 히트펌프를 탈탄소화의 핵심으로 보고 보조금 지원·세금 감면·규제 완화를 통해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정책 근거로 제시했다. 이번 공기열 설비의 재생에너지 인정과 요금 혜택 확대는 이 같은 국제 흐름을 참조한 정책 전환으로 볼 수 있다.
히트펌프는 열 저장 특성을 가지고 있어, 낮 시간대 남는 재생에너지를 흡수하는 수요 유연성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도 업계에서 나온다. 정부가 이번 개편안에서 '플러스 수요관리제도(DR)'와 동시 적용 시 추가 요금 혜택을 명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방향은 맞지만, 넘어야 할 과제도 남아
다만 이번 개편에는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도 존재한다. 우선 공기열 히트펌프의 인증 기준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추진하는 '난방전기화 보급 사업'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제품에 한해 한시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일반 소비자가 자유롭게 혜택을 받기까지는 제도적 공백이 남아 있는 셈이다.
분리 과금 방식을 선택하려면 히트펌프 전력 사용량을 가정 내 일반 전력과 별도로 계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별도 전기 회로 구성과 한전 계량기 추가 설치 등 인프라 정비가 선행돼야 하며, 기존 주택의 경우 배선 구조에 따라 적용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정부도 인지하고 있는 과제로, 분리 과금 시행을 위한 인프라 기준을 마련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세 가지 요금제 중 어느 것이 유리한지는 가구별 전력 사용 패턴, 자가 태양광 설치 여부, 히트펌프 가동 시간대에 따라 달라진다. 정부는 16일부터 한전 공식 누리집과 파워플래너 앱을 통해 요금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선택지가 늘어난 만큼,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최적 요금제를 고를 수 있도록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이번 개편의 성패를 가를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