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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 세계 물의 날, ‘물 위기’ 넘어 ‘물 파산’ 시대
송고일 : 2026-03-23
하지원 사단법인 에코나우 대표
[투데이에너지]
매년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1992년 리우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의 권고를 바탕으로 같은 해 유엔 총회에서 제정됐고, 이듬해 지정된 이날은 점점 심각해지는 수자원 위기에 대한 전 지구적 경각심을 위해 만들어졌다.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상황은 더 나아졌 을까?
과학자들은 지금의 상황을 물 부족을 넘어 ‘물 파산(Water Bankruptcy)’이라 부른다. 올해 1월, 유엔대학교 물·환경·보건연구소(UNUINWEH)가 발표한 보고서 ‘세계 물 파산(Global Water Bankuptcy)에서 처음 공식화된 표현이 다. 유엔이 그동안 써온 ‘물 위기’라는 말이 회복가능성을 전제로 했다면, 물 파산은 이제 그 회복조차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선언이다.
실제로 유네스코가 발표한 ‘2024 세계 물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연중 일정 기간 심각한 물 부족을 경험하며, 22억 명은 안전한 식수에조차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또한 지난해 여름 직접 경험했다. 강릉 시민 18만 명의 식수를 공급하던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977년 조성 이래 최저 수준인 11.5%까지 떨어졌다.
정부는 가뭄으로 인해 사상 처음으로 재난사태를 선포했고, 국가소방동원령이 내려지면서 전국 에서 수방차가 강릉으로 집결해 물을 실어 날랐 다. 이것은 역사책 속 이야기가 아니라, 2025년 대한민국의 현실이었다.
물 위기는 마시는 물의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물은 현대 문명을 움직이는 동력이자 에너지다. 발전소를 식히고, 반도체를 세척하고, 농작물을 키우는 과정에서 물은 산업 전반의 혈류 역할을 한다.
최근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AI도 막대한 물을 소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다. 챗GPT와 대화 한 번을 나누는 데는 생수 한병의 양인 약 500mL의 물이 데이터센터 냉각에 쓰인다. 구글은 2024년 한 해 데이터센터에만 약 310억 리터의 물을 사용했는데, 지난해 재난 사태까지 선포됐던 강릉 오봉저수지 전체 용량 (약 143억 리터)의 2배가 넘는 양이다. 세상이 편리해질수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구의 물은더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지구의 물을 지키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전 세계 용수 자원의 99%는 지하수가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하수는 재생 속도가 느리고 고갈 위기에 처해 있어 전 세계 2만여 개의 담수화 공장을 가동해 필요한 물의 약 1%를 얻고 있다. 그러나 담수화 기술은 대부분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고농도 염수 배출로 인해 해양 생태계에 피해를 준다.
기술이 기술의 한계를 낳는 셈이다. 이제 정부는 수자원 인프라 지능화에 속도를 내고, 기업은 제조 공정 내 물 재사용률을 극대화하는 등 환경적 책임을 다하는 ‘물 경영’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결국 기술이 닿지 못하는 곳에 습관이 있다. 이미 쓰던 습관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긴 어렵다. 그래서 어릴 적 교육이 중요하다. 에코나우는 교육의 중요성을 데이터로 확인하고 있다.
생활습관 교육을 통해 실제로 2025년 한 해 4936명의 학생이 2주간 물 절약 실천에 참여했으며, 아이들은 이 실천을 통해 약 521만 7352L 의 물을 절약했다. 수도꼭지를 잠그는 습관, 양치물을 컵에 담는 습관, 물을 받고 세수하는 습관 하나가 만들어낸 숫자다.
비누칠하는 동안 잠그는 수도꼭지, 먹을 만큼 덜어내기 위해 꺼낸 그릇, 물건을 사기 전 꼭 필요한지 한 번 더 생각하는 습관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다.
매일 반복되는 작은 선택이 쌓여 습관이 되고, 습관이 쌓여 내일의 물길을 결정한다. 위기는 기술만으로 막을 수 없다. 물 파산을 늦추는 저지선은 결국 사람이다. 보이지 않는 물을 볼 줄알고, 일상의 선택이 지구와 연결되어 있음을 아는 사람. 그 감각은 거창한 각오가 아닌, 오늘의 교육에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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